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여성노인의 체험
ⓒ 2019 Korean Society of Muscle and Joint Health
Abstract
This study was done to explore the lived experiences in older Korean women with early stage of Parkinson’s disease. The research question was "What is the meaning and nature of the older women’s experiences who were diagnosed with Parkinson's disease?"
In this study, we adopted van Manen’s hermeneutic phenomenological approach to find the lived experiences of older women diagnosed with Parkinson's disease. Six older women diagnosed with Parkinson’s disease within five years participated, and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Five fundamental lifeworld themes and seven subthemes emerged from the data. The first theme of corporeality had three subthemes: ‘being shocked by an unexpected diagnosis’, ‘fewer things can be done due to the illness’ and ‘lost my prettiness’. The second theme representing relationality was ‘hiding the illness because of others’ whispering’. The temporality theme was ‘fear of symptom aggravation’. The spatiality theme was ‘being placed in a blind spot of information’. The last existential theme of material had ‘obsession with drugs’.
The results of this study provide an in-depth understanding of older womens experiences of living with Parkinson's disease. The findings can help develop interventions specific to these group of women to provide sufficient emotional support and accurate information.
Keywords:
Aged, Women, Parkinson disease, Qualitative research키워드:
노인, 여성, 파킨슨병, 현상학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노인질환 중 하나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여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39,265명에서 2016년 96,499명으로 10여년 사이 약 2.5배 증가했다(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2017). 특히, 65세 이상의 파킨슨병 환자 비율이 매우 높으며,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은 양상을 보인다(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2017). 파킨슨병은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진전, 경직, 동작 완서, 자세 불안정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난다. 파킨슨병은 약물치료방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질병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약물의 효능이 감소하거나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Lim, Kang, & Lee, 2001). 파킨슨병 환자는 병이 진행되면서 점점 근육 경직이나 떨림이 심해져서 일상생활 수행이 어렵게 되고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빈뇨, 변비, 연하곤란, 성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한 발생 원인 없이 계속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의 특성으로 인해 파킨슨병 환자들은 심리적, 정서적인 고통을 경험한다(Sagna, Gallo, & Pontone, 2014). 파킨슨병 환자는 신체적 변화, 갑작스럽게 움직일 수 없음, 자세 불안정으로 인한 낙상, 발성의 어려움 등으로 자존감이 저하되고, 실직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면서 이차적으로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나타난다(Soh, Morris, & McGinley, 2011). 특히 우울과 불안은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진단 이후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Sagna et al., 2014).
파킨슨병은 질병을 어떻게 수용하는가에 따라 병과 함께 생활하는 환자의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Charlton & Barrow, 2002). 질병을 수용하는 경우 자신의 질병을 극복해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지체계를 형성하고 삶의 방식의 변화를 통해 병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질병을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Charlton & Barrow, 2002). 또한, 증상이 심해도 자신의 몸 상태와 약효에 대한 통찰력을 습득하여 일상생활시간을 조절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환자도 있지만, 병을 수용하지 못하고 이전의 건강했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어하는 환자도 있다(Kim & Lee, 2013). 따라서 파킨슨병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진단을 받는 초기 과정의 경험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노령인구 분포의 특징 중 하나는 높은 여성노인인구 비율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성인의 성비는 71.3명, 즉 여성 100명당 남성 71.3명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85.1세로 남성보다 7세가량 길기 때문이다(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2017). 또한 여성노인은 남성노인보다 소득이 낮으며, 우울 정도가 높고, 사회활동 은퇴로 인해 역할갈등을 겪는 남성노인과는 달리 여성노인은 가정 내 역할변화나 상실로 인한 정서적 변화와 생리적인 변화를 동시에 겪는다는 점에서 여성노인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Kim & Choi, 2011).
현재까지 파킨슨병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증상과 중재방법에 대한 다수의 양적연구가 진행되어 왔다(Bae & Kim, 2016; Kim & Kim, 2013; Pringsheim, Jette, Frolkis, & Steeves, 2014; Sagna et al., 2014; Seon & Kim, 2016; Soh et al., 2011). 또한,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 경험에 대한 질적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적극적 삶의 추구과정에 대한 질적 내용 분석 연구(Park, 2006), 젊은 나이에 발병한 파킨슨병 환자의 경험(Kim & Lee, 2013),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노인의 질병경험(Kim, Choi, & Han, 2015) 등이 있다. 그러나 선행된 질적연구들은 대부분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지 오래된 참여자들의 경험을 탐구하여 질병의 진단 과정과 초기의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고,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파킨슨 여성노인에게서 드러나는 독특한 질병 체험의 특성을 드러내는데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질병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진단 후 5년 이내의(Lim et al., 2001), 여성노인이 경험한 파킨슨병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van Manen (2014)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van Manen (2014)의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은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의 경험에 대한 본질에 집중한다. 또한, 문학 및 예술 등의 자료수집을 통하여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지 5년 이내의 여성노인의 질병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총체적인 접근을 할 때 유용할 것이라 사료된다. 본 연구는 해석학적 현상학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지 5년 이내의 여성노인의 질병 경험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를 밝히고 이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파킨슨병 여성노인과 그들에게 간호를 제공하는 간호사에게 질 높은 개별화된 간호제공의 기초자료를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파킨슨병 여성노인을 위한 지원책 마련의 토대가 되어 사회적 · 국가적으로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실천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2. 연구문제
본 연구는 해석학적 현상학적 분석방법을 통해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 체험의 본질을 탐색하기 위한 연구로 연구 문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여성노인의 체험의 의미와 본질은 무엇인가?”이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체험을 심층적으로 도출해내고, 이들의 독특한 체험세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간 현상의 보편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측면을 밝혀내기 위해 van Manen (2014)의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연구참여자는 65세 이상 여성노인 중 5년 이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질적 자료의 적절성과 충분성 원리(Morse, 1995)에 따라 자신의 체험을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별하려고 노력하였다. 표집은 S시 소재 일개 상급종합병원 신경과 외래 의사로부터 적절한 대상을 소개받는 눈덩이 표집(snowballing)을 사용하였으며, 연구참여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참여자 6명을 대상으로 면담 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지 않고 내용이 반복되어 자료가 충분히 포화되었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인터뷰를 시행하였다. 참여자는 60대 2명, 70대 4명이었으며, 진단 받은 지 1년 이내 1명, 1~2년 이내 2명, 2~3년 이내 2명, 3~4년 이내 1명이었다.
3. 연구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고려
참여자에 대한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자료수집에 앞서 면담 시작 전에 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연구방법, 면담 내용의 녹음 등을 설명하여 서면 동의를 얻고 수집된 면담 내용은 본 연구의 목적 이외에는 사용되지 않으며 연구내용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고 익명성을 보장할 것임을 설명하였다. 또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연구참여를 결정하고, 불이익 없이 언제든지 참여 철회가 가능하며 철회 시 수집된 자료는 즉각 폐기되며 연구에 끝까지 참여할 경우 수집된 모든 자료는 비밀유지를 위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연구 종료 후 3년간 보관 후 폐기됨과 연구결과의 출판에 대해서도 설명하였다. 연구참여 동의서는 연구 시작 전 위 내용을 모두 포함한 연구자용과 참여자용 2부를 작성하여 각각 1부씩 보관하도록 하였다. 연구참여자에게는 면담으로 인해 1시간 가량의 시간적 손실이 생길 수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사례금을 지급하였다.
4.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의 연구자들은 수년간 병원에서 근무하며 파킨슨병 환자를 간호한 경험이 있다. 또한 박사 과정생으로 질적연구방법에 관한 수업을 이수하였고, 한국 질적연구센터에서 실시하는 학술대회와 세미나에 참석하여 질적연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힘썼으며, 현상학 등의 질적연구방법론을 이용한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5.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2017년 10월 1일부터 2018년 3월 5일까지 연구자들이 일대일 심층 면담을 통해 수집하였다. 심층 면담은 참여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고 조용한 장소에서 참여자가 원하는 시간에 일대일 면담형식으로 진행하였다. 1회 면담 소요시간은 1시간, 면담 횟수는 2~3회 진행하였다. 면담은 공동 연구자들에 의해 시행되었고, 첫 면담 시 연구의 목적과 방법, 면담 내용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면담 초기에는 참여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근황에 대한 일반적인 대화로 시작하였다. 본 연구를 위한 면담 질문은 “파킨슨병에 대한 체험을 이야기 해 주십시오.”와 같은 광범위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파킨슨병을 진단받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등이었다. 이후 2, 3차 면담에서는 주로 1차 면담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체험, 즉 파킨슨병을 진단 받은 것이 다른 질환을 진단받은 것과 어떻게 다른지, 병을 들키지 않기 위해 참여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질문하여 참여자들의 경험을 구체화하고, 분석한 내용이 참여자의 체험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자료수집은 내용의 포화 시점에 이를 때까지 진행하였다(Morse, 1995).
6. 자료분석
자료분석을 위해 먼저 필사된 내용을 연구자가 녹음테이프를 반복하여 들으면서 원자료의 내용과 비교하며 불명확한 부분은 직접 만나거나 혹은 전화를 이용하여 참여자에게 확인하였고, 참여자의 행동, 표정, 어조 등을 관찰하여 기록한 현장 노트를 참고하면서 면담 내용의 정확성을 확보하였다(van Manen, 2014).
모든 분석과정에서 연구자는 질적연구의 도구로서 참여자가 전달하려고 시도한 의미에 대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상학적 연구에서 오고 가는 단어와 기호는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van Manen, 2014).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자료의 의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분석하며, 분석 과정에 세분법, 선택적, 전체론의 세 가지 방법을 이용하였다(van Manen, 2014). 세분법으로서 문장과 문단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파킨슨병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에 관한 현상이나 경험에 대해 무엇을 알려 주는가에 주목하였다. 선택적 방법으로서 필사한 자료를 읽으며 참여자의 진술이나 어구가 특별히 본질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았고, 체험된 신체, 관계, 시간, 공간, 사물을 염두하면서 분리하였다. 이 다섯 개의 기본적인 실존체는 모든 인간 존재가 세계를 경험하는 실존적 토대로서 현상학적 물음 제기와 반성, 글쓰기 과정을 위한 생산적 범주이기 때문이다(van Manen, 2014). 전체론적 방법으로서 어떤 핵심어구가 전체로서의 텍스트의 기본 의미나 주된 의의를 포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용어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파킨슨병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의 본질적인 주제를 찾았다. 본질적 주제들이 도출된 후에는 문학 및 예술작품 등에서 밝혀진 주제들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비교 · 분석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과정을 통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의 본질은 5개의 실존체: 체험된 신체, 체험된 관계, 체험된 시간, 체험된 공간, 체험된 사물을 축으로 7개의 하위주제로 도출되었다.
7. 연구의 질 확보
본 연구는 질적연구를 위한 4가지 기준인 신뢰성, 적합성, 감사 가능성 및 확인 가능성에 따라 연구의 엄밀성을 확보하였다(Sandelowski, 1986).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자에게 필사한 면담자료를 제공하여 기록내용의 사실 여부와 연구자의 해석내용이 참여자의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하였다. 연구결과에 대한 공동 연구자 간의 논의(investigator triangulation)를 통해서도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적합성을 확립하고자 연구참여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특성을 제시하였으며 다양하고 풍부한 연구결과를 설명하였다. 감사 가능성을 위해 연구 상황에 대한 기술과 연구참여자에 대한 접근, 자료수집 과정 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동시에 연구자의 해석이나 분석을 독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참여자의 말을 인용하였다. 확인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의 개인적 편견과 선입견, 기존의 지식이 참여자의 경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장애 요인이 되지 않도록 연구주제와 현상에 대한 선 이해, 편견 등을 개인 일지에 기록하여 반성의 자료로 삼았다.
연구결과
연구자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여성노인의 체험에 관한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6명의 참여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고 필사하여 분석한 결과, 5개의 실존체에 따라 7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고 구체적인 내용은 Table 1와 같다.
1. 체험된 신체
참여자에게 파킨슨이라는 병은 생소한 병이었다. 파킨슨병의 증상들을 경험했을 때도 참여자는 그저 나이가 들어서 다른 사람들처럼 이리저리 몸이 아프고, 손에 힘이 빠지고, 일어서기 힘들고, 관절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여자가 처음 파킨슨이라는 병을 진단받았을 때 도둑과 마주친 것 같은 두렵고 황당한 느낌이었다. 수필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Kim, 2015)에서 김혜남은 처음 파킨슨병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체험을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라고 표현하였다.
파킨슨병이란거 알지도 못했는데 뭐, 그냥 이거 써 놓은거. 여기 있다 여기.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둑같이 찾아온 지도 벌써 일년이라고 내가 써놓은 이 종이...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왔나 싶어 갖고.(참여자 1)
파킨슨이라는 그 자체가 그렇다는 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 병이 있다는 거 그 자체가 너무 힘들어요. 막연하게만 알고 구체적으로는 몰랐었어요. 이런 병이 있다는 거. 손이 떨린다 이 정도만 알았어요.(참여자 3)
참여자는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나서 예전과 다르게 낯선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잘 깎던 과일도 못 깎고, 욕조에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손발에 힘이 빠지고 떨리다가 이제는 점점 굳어지는 느낌마저 들게 되었다. 영화 ‘마지막 4중주’(Yaron Zilberman, 2012)에서 주인공은 첼로 연주가로 평소 연주하던 곡을 손떨림으로 인해 제대로 연주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고 겁이 나는 경험을 하였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 설거지도 잘하고 이런 거 단추도 잘하고 신발도 다 잘했고 그런 거 못하니까 하루 한 가지씩 할 수 있는게 줄어들더라고... 며칠 전에 과일을 깎았는데 잘 안 깎아져. 그럴 땐 좀 슬프지.(참여자 1)
누가 친구들하고 밥 먹으면 이렇게 밥도 잘 흘리거든요. 젓가락질도 못하고. 신발도 못신지. 걸어 다닐 때는 요새는 지팡이 짚고 다니거든. 그라고 처음에는 목소리가 안 나왔어요. 내가 처음에 엄청 컸거든요. 기차 불통 삶아 먹었냐고. 목소리가 엄청 작아졌거든.(참여자 4)
자신감 이런거 자존감이 팍 떨어져 가지고 옛날에는 엄청 내가 빨리 잘 하던 거를 걸음도 잘 못 걷지 행동도 느리지 이러니까는 거기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참여자 5)
발병 전 예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었던 참여자는 발병 후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이제는 더 이상 화장도 하기 싫고 다른 사람을 만나러 나가고 싶지도 않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어제보다 더 굳어진 표정에 이제는 거울을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Love and other drugs’(Edward Zwick, 2010)에서 영화 속 여주인공은 파킨슨병 환자로 주인공의 남편은 파킨슨병이 아내의 미소, 건강, 매력 등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앗아갔다며 슬픔을 표현한다.
표정이 거울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거울을 쳐다보면 한심해요. 뭔가 환자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 후로는 화장을 안합니다... 아무래도 좀 옛날 하고는 다릅니다.(참여자 3)
안 이뻐요... 옛날에는 물찬제비 같고 지금은 아닌 것 같애...(참여자 4)
2. 체험된 관계
참여자는 답답한 마음을 가족에게, 친구에게 이야기하고 싶지만 혹시나 자신이 마음을 나쁘게 써서 병에 걸렸다고 사람들이 쑥덕댈까봐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참여자에게 파킨슨병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참 부끄러운 병이었다. 수필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Michael Kinsley, 2017)에서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을 한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죽을 때까지 유지하기 위해 파킨슨병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랐고, 병이 밝혀진 이후에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동정의 시선을 받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묘사하고 있다.
내가 파킨슨 환자다 그럼 뒤에서 쑥덕쑥덕 그럴까 봐 여자 형제들한테도 말 안 해. 파킨슨 환자들에 대한 인식이 막 행동이 비뚤어지고 이러니까. 움츠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고 누가 그러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서 내가... 파킨슨이다 그러면 성질이 못돼서 저리 왔나 할까 봐 말 못해. 시집 식구들은 아무도 모르거든요.(참여자 1)
처음에는 신랑한테도 4개월 동안 말 안했다니까. 12월달에 말했다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약 꺼내놓으면 지금이야 아무데나 막 꺼내놓지만(식탁에 올려져있는 파킨슨약통을 꺼내 보여주며) 그때는 약 같은거 다 숨키지 병원에서 뭐 파킨슨 환자 책 주는거 다 숨키지 뭐 스트레스 엄청 받았다니까 그것때메. 근데 뭐 지금은 막 내놓고 그거에 대해서는 마음은 편한데 가족에 대해서는 편한데 외부 사람들이 예수는 열심히 믿더만 똑바로 못 믿어서 그런가 뒷말 할까 봐 걱정된다니까.(참여자 4)
근데 내가 두려워서 그런데 단체로 치료하는데 가면은 내가 파킨슨이라는 게 알려질까 봐, 환자들 치료하는데도 안 갔어요. 오늘도 사실 조카랑 같이 왔는데 그냥 딴사람한테 내가 물어볼 게 있다고 그러면서... 커피 마시고 있으라고 하고 온 거에요. 아무도 몰라요. 말하기가 싫어요. 그게 자랑할만한 병은 아니잖아요... 의사 선생님하고 저 밖에 몰라요.(참여자 6)
3. 체험된 시간
참여자는 하루가 지날수록 몸이 굳어가고, 떠는 증상이 심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갈지 두렵고 겁이 났다. 또한, 참여자는 자신보다 더 증상이 악화된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몸이 굳어가며 변해가겠지’란 생각에 두려움이 점차 커져 갔다. 수필 ‘오늘을 산다는 것’(Kim, 2017)에서 저자는 파킨슨병에 대한 경험을 약을 먹으면 3시간 정도 괜찮은 자신을 ‘3hr Woman’이라고 표현하였으나, 하루하루 상태가 나빠져 곧 ‘2hr Woman’이 돼 버렸다고 하였으며, 시간이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나는 무서운 병,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처절히 예감하는 나날이라고 표현하였다.
솔직히 파킨슨 환자들 보면 이렇게 비뚤어진 사람들 많잖아요(몸을 움츠리며) 나도 5~10년 안에 이리 될까봐 두렵다니까. 지금 이런 상태도 사람들이 눈치채잖아. 내가 파킨슨 환자라는 걸. 그런데 내가 여기서 더 몸이 망가져 갖고 진짜 그때는 눈치채면 어떡해. 그때가 제일 두렵다니까. 지금 두려운 건 내가 자꾸 진행이 되어 가지고 몸이 망가질까 그게 제일 두려워. 요 상태로만 계속 가주면 되는데 여기서 더 진행이 될까 두려워.(참여자 1)
이렇게 있으면은 이제 조금 나타나나 봐요. 떠는 게. 근데 나중에는 더 심하겠죠?. 나도 저렇게 되겠지, 시간이 지나면 저렇게 되겠지, 생각이 들더라고요.(참여자 2)
앞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되는데 그 두려움이 커. 그것만 사라지면 내가 좋겠는데. 그게 자다가도 어떨 때는 잠이 안 올 땐 내가 10년쯤 지나면 떨고 그러는 사람들처럼 될까 봐. 나는 아직 떠는 건 없어. 처음에 떠는 파킨슨으로 오진 않았어. 떠는 거 하나도 나는 없잖아. 그냥 파킨슨으로 왔는데. 근데 또 모르지. 떠는 걸로 진행될까봐.(참여자 5)
4. 체험된 공간
참여자는 증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고 하였다. 정보의 사각지대에서 참여자들은 혼란스럽고 답답함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또 약이 다 다르더만요. 파킨슨 환자들 약이. 그래서 나는 이 약만 먹으면 뭐. 이 약만 먹으면 몇 년 안에 약발이 안 받는다 하더라고. 그래 이 빨간약. 마도파. 이거를 물어볼 수도 없고. 어쨌든 참고로 하는 파킨슨 창구가 딱 있어서 거기서 답변을 해주면 좋은데. 이말 틀리고 이말 틀리고 하니까 우리가 정신이 없어. 어떤 선생님들은 약을 뭐 약을 먹어라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일절 먹지 말고 이 약만 먹어라 하고. 다 달라요.(참여자 1)
그러니까 오죽하면 신경과 치료 받으러 온사람이 누가 이러더라구요. 자기는 개... 이렇게 개장국... 그거를 먹으면 딱 그친대요. 손 흔들리고 뭐 그런 증상이 없대요. 그랬다는 소리를 듣고 세상에 그냥 고기도 누린내 난다고 안 먹던 제가요. 그 소리를 듣고 그 개고기를 다 먹어요... 지금도 먹고 있어요. 국물은 못먹겠고 고기만 먹는데... 더 심해지면 국물도 먹어야겠죠... 그거를 내가 먹어요. 근데 그거를 먹어서 내가 아주 확 좋아졌다 이런 거는 저한테 없지만 좋다는 말에 제가 한번 해 봤어요.(참여자 5)
어떤 운동을 해야 이게 내가 걷는 게 나아지는지 이 사람 말 다르고 저 사람 말 다르고, 누구는 이 약초를 먹어야 좋아진다, 누구는 이 운동을 해야 좋아진다, 누구는 그런거 다 필요없다 그러고, 도대체 누구한테 물어야 속 시원한 대답을 해줄지, 그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뭘 해야 좋을지 알 길이 없으니 그게 더 답답할 노릇이에요.(참여자 6)
5. 체험된 사물
파킨슨병 환자는 증상의 진행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다. 참여자들은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증상이 급격하게 나빠질까 봐 두려워하였고 약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 만으로도 불안해하는 등 의존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직 초기라 그런가, 약을 안 먹어도 어쩌다 한번 빼먹어도 뭐... 근데 내가 어쩌다 한번 빼먹을 수도 있잖아. 모르고 빼먹었을 때는 이상이 없었어. 근데 한번 제부도 놀러 갔는데 약을 안 갖고 갔어. 눈이 이상해지고 그러더래. 나도 느꼈죠. 약을 먹어야 되는데 약이 없다 생각하니까. 내가 약에 의존하나 봐. 막 몸이 이상해지면서 눈도 이상해지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내가 이 약을 모르고 안 먹으면 괜찮다니까. 내가 아주 노이로제 걸렸나 봐. 약에 대한 집착이랄까. 약에 대해서는 그런 게 있어.(참여자 1)
혹시나 나빠질까 봐 먹어야지요 하고 나오면서 웃습니다. 실험해 본다고 일주일 안 먹었다가 확 나빠지면 어떻게 해요. 군인 출신 그 양반, 뜸 뜨는 데서 약 먹지 마라 해서 안 먹고 확 주저앉아서 왔잖아요.(참여자 3)
내가 약을 많이 먹는가 싶어서 약 중독인가 싶어서... 근데 어떤 분도 파킨슨 환자인데 이거 덤비니까 의사가 약을 일주일만 줄여보라 하더래. 먹지 말라고. 그랬더니 안된다고. 자기도 겁나니까. 자기도 인정을 못 하니까 선생님한테 억지 쓰는 거지. 그래서 의사가 약 끊어보면 파킨슨 환자인지 아닌지 정답이 나온다고 그 말 듣고 약을 못 줄이는 거지.(참여자 6)
논 의
본 연구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여성노인의 체험의 본질을 현상학적으로 조명하고자 하였으며 van Manen (2014)의 5가지 실존체인 체험된 신체, 관계, 시간, 공간, 사물을 중심으로 참여자의 체험을 분석하였다.
체험된 신체는 스스로 느끼고 지각하는, 세상과 교류하는 주체로서의 몸을 말한다(van Manen, 2014).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신체와 관련된 경험은 생각지 못한 병을 진단받은 충격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인구의 파킨슨병 유병률은 인구 10만명 당 165.9명으로 높으나(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2017) 아직까지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또한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관절의 노화로 인한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나며 천천히 진행된다(Lim et al., 2001). 이로 인해 파킨슨병 환자들은 오랫동안 병을 방치하거나 일시적인 자가 치료로 상당한 기간을 소요한 뒤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서야 의료기관을 찾게 된다(Park, 2006). 본 연구에서 나타난 참여자들의 경험은 파킨슨병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환자의 증상 조절, 역할 수행, 조기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참여자들은 진단 이후 병으로 인해 낯설게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되었다. 참여자들의 경험은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보행이나 목소리의 변화를 체험하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모습에 대해 환자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신체 때문에 이전과 다른 자신을 발견하거나(Kim et al., 2015), 자신의 몸에 낯설고 불안하고 두려워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선행연구(Becker, Brobert,Johansson, Jick, & Meier, 2011)와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 신체에 대한 경험은 ‘발병 전의 예쁜 모습을 잃어버림’의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신체의 기능적 측면뿐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자기 가치를 형성하는 신체상과 연관된 부정적 경험이었다. 노인은 노화 과정 속에서 신체상 저하로 인한 열등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한다(Min & Park, 2008). 신체상은 단순히 보여지는 신체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 지각 능력, 기동성까지 포함하며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미쳐 대인관계와 사회교류의 양상을 결정한다는 점(Donnelly, Clarke, Phinney, & MacEntee, 2016)에서 이러한 신체상의 저하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이차적인 고통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키고, 잔존능력을 보존할 수 있는 운동요법과 더불어 긍정적인 신체상을 형성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체험된 관계에서 나타난 ‘남들이 쑥덕댈까 봐 병을 숨김’ 경험은 파킨슨병 환자들이 진단 초기에 증상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병을 부정하고,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병을 숨기는 모습을 나타내는 ‘자아위축기’를 겪는다는 선행연구의 결과에 부합한다(Kim & Lee, 2013). Bae와 Kim (2016)의 연구에서는 증상으로 인한 외형 운동능력 변화로 인한 대중적 굴욕과 조소를 피하기 위해 운동장애를 최소화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고 하였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진단받은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차마 밝히지 못해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게 되면서 타인과의 관계 단절과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Anzaldi & Shifren, 2018; Kim et al., 2015; Kim, Kim, & Lee, 2018). 이에 따라 환자들은 점차 돌봄 제공자에게만 의존하게 되며 계속적인 증상의 악화 과정 속에서 평생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문제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Kim et al., 2018). 한편 병의 증상을 숨기는 것에 한계가 있어 오히려 병을 먼저 알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을 택하는 환자들도 있으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아 그 수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Kim et al., 2015). 따라서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자신의 병을 숨기며 고통 속에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어려움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환자들의 사회활동 유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자들이 파킨슨병이라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여 질병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활의 일부로 통합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체험적 시간은 우리가 즐거울 때 빨리 흘러가는 것 같고 지루할 때는 느리게 흘러가는 것과 같이 우리의 고유한 경험이 담긴 주관적 시간이다(van Manen, 2014). 참여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겪고 있는 질병의 진행에 대한 두려움과 진단받은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증상이 악화된 타인을 보며 더 큰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파킨슨병 노인의 체험을 분석한 Park (2006)의 연구에서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하여 단순하게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자주 넘어지는 등 이차적인 신체손상을 경험하면서 두려움이 커져 서서히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는 연구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사회적 활동 감소나 대인관계의 위축과 같은 부정적인 심리 · 사회적 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Liao, Wu, Tsao, & Lin, 2013),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심리 ·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재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을 수 없는 정보의 사각지대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질병의 경과와 약물 투여, 완화 및 악화 요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혼자 고민하거나 주변의 권유에 따라 다양한 치료방법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는 파킨슨병 독거노인의 체험을 분석한 Kim 등(2018)의 연구에서도 파킨슨병 환자들은 질병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양한 대체요법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정보의 혼란은 질병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을 무조건적으로 시도하는 행위로 연결되어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재활 프로그램이나 자조 모임 등은 사회활동으로부터 소외된 환자들의 재활 참여율을 높이고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적절한 소통의 창으로 기능할 수 있다(Byeon, Kim, Lee, & Jeon, 2015).
참여자의 경험은 파킨슨병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과 관련해서도 나타난다. van Manen (2014)는 인간이 관심을 갖는 사물에 대한 경험이 어떠한지를 살핌으로써 그것이 현상의 본질적 의미에 기여하는 바를 탐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증상의 진행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복용하는 약에 집착하며 노이로제까지 생긴 모습을 보였다. 이는 Kim (2006)의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생각과, 약을 사용하다가 중단하면 질병이 악화되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약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는 연구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결과는 약에 대한 집착이라는 심리적 의존을 통해 안락감을 얻으려는 속성 때문에 나타나는것과 동시에(De La Fuente-Fernandez & Stoessl, 2002) 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현실적으로 약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참여자들의 심리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집착을 넘어 약에 노이로제가 생겼다는 진술은 약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참여자 본인도 심리적으로 힘듦을 시사한다. 따라서,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에 대한 불안 심리에 대한 간호중재가 이루어져야겠다.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노인과 부양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파킨슨병 환자는 시설 입소나 재가에서 생활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정부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를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나, 개별화되고 전문화된 서비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단순히 생활 지원 서비스 수준을 넘어서 신체 재활 프로그램 및 정신적 간호중재를 통해 개별화되고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복지실현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바이다.
결 론
본 연구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을 van Manen (2014)의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하여 분석한 연구이다. 연구결과, 파킨슨병 여성노인의 질병 체험은 7가지 하위주제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참여자가 일개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하는 자로 한정되어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노인을 포함시키고자 하였으나 60대 노인과 70대 노인에 한정되어 있다는 제한점이 있으나, 본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초기 단계 여성노인의 심층적인 이해를 도와 대상자의 특성에 맞는 개별적 중재 제공의 근거와 더불어, 이들을 위한 제도적, 정책적 지원 마련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따라서 개별화된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정보수집 및 소통의 수단, 재활 프로그램 운영, 이를 위한 전문인력 양성 및 확충 등의 지원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증상 완화를 위해 보행 및 일상생활 재활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연구,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여성노인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는 신체상 저하에 따른 신체상 향상을 위한 정신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연구 및 참여자의 특성에 따른 파킨슨병에 대한 개인의 체험을 통해 질병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적연구방법을 적용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보건의료기관 및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자조집단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복지 실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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